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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CEO] 가슴속 영웅들 난 그 `슈퍼히어로` 살려낸다

입력 : 
2011-12-09 13:41:58
수정 : 
2011-12-09 15: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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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샤오잉 이스트아시아스포츠 CEO
중소도시 틈새시장 개척 2011년 상반기 판매망 1906개
경영철학은 愛拼才會赢(애병재회영)
필사적으로 싸우고 매달려야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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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것을 꺼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길 수 있다(아이핀차이후이잉)." 경영 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딩샤오잉(丁少英) 이스트아시아스포츠(EastAsia Sports) 최고경영자(CEOㆍ39)는 "저 다섯 글자를 항상 되뇌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최대 스포츠 브랜드인 '안타'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회사를 키워온 경영인의 열정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중국 기업인 이스트아시아스포츠인터내셔널은 최근 미국 워너브러더스 계열사 DC코믹스의 중국 내 브랜드 판권을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다. 지난 10년간 DC코믹스의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영웅 캐릭퍼 판권을 독점해오던 JT아시아 지분을 인수하면서 중국 내 판권을 갖게 됐다. 15년 넘게 치우즈라는 스포츠 브랜드로 중국 중소도시 위주로 시장을 개척해온 이 회사는 2011년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 내에 총 1906개 판매망이 있다.

이스트아시아스포츠는 DC코믹스 판권 인수를 계기로 종합 의류업체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슈퍼맨 로고와 이미지를 차용한 비즈니스캐주얼 브랜드, 배트맨 이미지를 활용한 남성 캐주얼, 원더우먼의 옷차림과 성격에서 따온 여성 속옷 등으로 계열을 나눠 광저우에 디자인ㆍ기획 사무소를 차려 중국 전역으로 뻗어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일경제 MBA팀은 최근 중국 광저우를 방문해 또 한 번의 성장 모멘텀을 준비하고 있는 이스트아시아스포츠의 딩 사장을 만났다.

딩 사장은 "수년 전부터 스포츠 의류나 운동화를 넘어 다양한 의류를 기획ㆍ개발해왔다"며 "이번 '슈퍼히어로' 판권 인수를 계기로 중국 시장 최고ㆍ최대의 종합 의류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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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슈퍼히어로'를 선택했나.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영웅을 가슴속에 품고 산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사람들이 불합리한 일을 겪으면서, 또 세상이 정의롭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아질수록 정의를 구현해주는 영웅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라도 마치 어린 시절 꿈처럼 갖고 있는 것이다. 슈퍼맨이나 배트맨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어린아이가 아니더라도 가슴이 뛰지 않나. 이런 감정에는 동서양이 따로 없고 국적도 없다. 슈퍼맨이나 배트맨은 전 세계인이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봐온 상징적인 영웅이다. 이런 이미지를 차용해 의류를 분류하고 각각의 컨셉트로 개발한다면 제품 기획과 프로모션도 일관되게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중국 소비자들에게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설 것으로 확신했다. 3년 전 중국 최대 스포츠 브랜드 '안타'가 FILA의 중국 판권을 인수해 성공한 것도 좋은 자극이 됐다."

사진설명
사진은 작년 10월 코엑스에서 열린 KRX(한국거래소) 엑스포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는 딩샤오잉 사장(가운데).
-어떻게 슈퍼히어로를 브랜드화할 계획인가. "슈퍼맨은 '강함'의 상징이다. 따라서 남성적인 비즈니스캐주얼 이미지로 승화시킬 것이다. 고가 브랜드로 만들어 슈퍼맨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부터 이미지만 차용해 만드는 스웨터나 재킷, 코트, 정장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남성 언더웨어도 슈퍼맨 브랜드로 갈 것이다. 이미 론칭 준비가 완료됐다. 배트맨은 '쿨'하고 도시적인 이미지가 있다. 젊은 직장인을 타깃으로 중간 가격대의 패션 캐주얼로 만들 예정이다. 원더우먼은 중고가 브랜드의 여성 언더웨어로 탄생시킬 것이다. 또 다른 DC코믹스 영웅인 '그린랜턴'은 2015년 이후 더 대중적인 캐주얼 의류로 베네통을 벤치마킹할 생각이다. '더 플래시' 캐릭터도 비슷한 시기에 아웃도어ㆍ스포츠 의류 계열로 만들기로 했다."

-성공을 확신하고 있는데 어떤 전략인가. 대부분 미국 영웅이라 혹시 중국 소비자 사이에 반감은 없을까.

"두 번째 질문부터 대답하겠다. 미국 영웅에 대한 반감이라고 했나? 절대 없다. 일단 슈퍼맨이나 배트맨이 미국 영웅인가? 아니다. 전 세계인의 가슴속에 있는 영웅이다. 오히려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서 쿨함과 정의로움을 보여주는 도시적인 이미지로 소비자들이 잘 받아들이면 받아들였지, '미국 영웅'이 중국 시장에 밀려 들어온다는 식으로 반감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인들은 해외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아주 높다. 이 점도 성공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은 차별화인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 있다. 여기저기에서 맘에 드는 옷을 골라서 조합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소득과 취향에 맞게 슈퍼히어로 브랜드 중 하나를 골라 종합적으로 패션과 개성을 표출하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양과 동양의 문화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접합 지점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미국인들은 슈퍼맨 로고가 가슴에 크게 새겨진 셔츠를 입고 다니면서 '강한 이미지'를 드러내고 즐거워하지만 중국인들은 그런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오히려 작게 로고를 박고 이미지만 형상화한 셔츠를 만들어야 한다. 색채도 좀 더 동양적인 색채로 많이 갈 것이다."

-이스트아시아스포츠라는 회사와 경영자 개인의 철학 등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다. 먼저 90년 가내수공업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93년에 공장을 세운 것으로 안다. 왜 사업에 뛰어들게 됐고 어떻게 회사를 키워왔나.

"지금도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90년 당시 중국은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기 시작했다. 비즈니스가 활발해질 수 있는 토대가 생겼고 창업 열풍이 불었다. 나뿐만이 아니다. 내 주변 친구ㆍ동료ㆍ친지들 모두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라고 기회를 놓치고 싶었겠는가. 조금씩 사업이 커지다보니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입는 옷이나 신발을 선택할 때 '브랜드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10여 년 전부터 치우즈라는 스포츠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시장도 중소도시 중심으로 틈새를 노리면서 시작했고 이제는 중국 전역에 1900개가 넘는 매장을 갖는 수준으로 발전하게 됐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했나.

"2000년부터 5~6년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에서 우리 회사 점유율이 정체됐고 경쟁자들은 주식시장을 활용하면서 자본시장 힘을 등에 업고 급속하게 치고 올라왔다. 우리 회사는 자본력이 부족했고 위기가 찾아왔다. 우리는 '공급망'과 '브랜드'를 중심에 두는 원칙을 잃지 않았고 시장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면서 다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스스로도 마음에 품었던 키워드는 '신뢰'였다. 이 정도 위기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았고 해낼 수 있다는 의지를 계속 다졌다. 회사와 직원과 나 자신을 믿는 것이다. 위기를 겪으면서 이스트아시아스포츠는 더욱 강한 회사가 됐고, 오히려 운동화나 일부 스포츠용품ㆍ의류에 머물지 않고 '멀티 브랜드'로 종합 의류산업으로 나가야 한다는 확신도 얻었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커지고 있고 우리에게는 계속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신뢰 얘기를 꺼냈는데, 1600명 넘는 직원을 관리하고 소통할 때도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어떻게 소통하고 조직을 관리하는가.

"우선 내 주변의 '핵심경영팀'과는 일상적으로 회의를 열고 소통을 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팀원들을 다 불러 모은다. 다른 핵심경영팀원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신속하게 모여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전시킬까' '개발ㆍ생산은 어떻게 하고 마케팅은 어떻게 할까'를 검토하고 기획한다. 1600명 넘는 모든 직원과는 항상 만날 수 없기에 1년에 한 번씩 큰 모임을 하고 아랫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 때론 예고 없이 공장이나 매장을 찾아 현장 애로사항을 듣기도 한다. 물론 '건의함'은 항상 열려 있고 많은 직원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나 개선점 등을 적어 넣는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나와 회사를, 경영진을 신뢰하게 만들어야 한다. 관리자들도 스스로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다. 그래야 회사와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생긴다. 제대로 된 성과 보상을 반드시 해준다는 믿음도 있어야 한다"

▶▶ He is …

딩샤오잉 이스트아시아스포츠 사장은 1972년 중국 푸젠성에서 태어나 진장시에서 직업고등학교를 나왔다. 199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사업가 꿈을 이루기 위해 가내수공업으로 신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1993년 '동아신발의류' 공장을 세웠고 1995년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치우즈'라는 스포츠 브랜드를 만들었다. 2001년 '치우즈체육용품' 총경리에 취임했고, 2009년 종합 의류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이스트아시아스포츠'를 세워 대표이사가 됐다. 작년 3월에는 한국 코스닥 시장에 회사를 상장했고 올해 '슈퍼맨' '배트맨' 등 슈퍼히어로 캐릭터 중국 판권을 인수해 제2 성장동력을 만들었다. 고졸 출신의 한계를 딛고 오직 사업가 꿈을 이루기 위해 뛰어왔고, 실제로 그 꿈을 이룬 '차이니스 드림'의 전형적 인물이다.

[광저우 = 고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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